비성수기에 원자재 대량구매… 해외에서 싼 공급처 찾아
"품질관리 신경써야" 지적도

7900원짜리 청바지와 9900원짜리 골프채(신세계 이마트), 보통 프라이드 치킨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3980원짜리 치킨과 1개당 290원짜리 초밥(롯데마트), 300원짜리 마스크팩(홈플러스)…. 대형마트들이 최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인터넷쇼핑몰조차도 쫓아오기 힘든 가격이다. 일부 품목이기는 하지만, 대형마트가 이처럼 초저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대량 제작으로 원가 인하

이마트가 1일부터 14일까지 판매하는 7900원짜리 청바지의 가격 경쟁력은 '비수기 공략'과 '대량 제작'이다. 청바지 제조업체에 주문이 몰리지 않는 때 대량으로 제작, 제조 비용을 낮춘 것. 이마트 패션담당 박은장 상무는 "겨울 상품 제작이 끝나는 9월 말부터 봄 신상품 제작이 시작되는 11월 초 사이는 청바지 제조업체의 비수기"라며 "지난해 10월 초 제작에 들어가 성수기 생산에 비해 10% 정도 원가를 낮추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졌다. 박 상무는 "대량 주문을 할 경우에 제조업체들이 10만장 단위로 임가공 비용을 5~10% 깎아주는데, 이번에 18만장이란 대량 주문으로 비용을 또 한번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1년간 파는 청바지가 120만~150만장 정도 .

롯데마트가 7일까지 판매하는 3980원짜리 프라이드 치킨(1마리 기준)의 가격은 지난달 생닭 평균 시세인 4729원보다 낮다. 중량은 600g 안팎으로 일반 치킨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닭과 비슷하다. 롯데마트 김상현 조리식품담당 MD(상품기획자)는 "지금보다 생닭 시세가 20% 쌌던 지난해 12월 경북 상주, 전북 익산 등 지역의 농가를 찾아 7만마리의 병아리를 사전 계약, 대규모 물량을 미리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산지(産地)와 직접 거래

산지(産地)와 직접 거래해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이거나, 조금이라도 더 싼 값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대형마트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비결이다.

이마트가 팔고 있는 5900원짜리 피자는 이탈리아 피자 업체로부터 직접 납품을 받아 값을 낮췄다.

이마트 관계자는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PL(자체브랜드)박람회에서 이 피자를 발굴해 1년 동안 상품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중순 판매했던 250원짜리 초밥(1개 기준)도 해외에서 재료를 직접 들여온 경우다. 롯데마트는 초밥에 쓰는 회의 70% 이상을 대만·태국·베트남 등에서 들여온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외국으로부터 회를 들여왔는데, 해외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12월 직거래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고객 유인 위해 마진도 줄여

이같은 초저가 상품은 대형마트가 자체 마진을 줄여서 나오는 측면도 있다. 홈플러스가 화장품 생산업체 한국콜마와 함께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 ‘테라피아’의 경우 마스크팩 1장이 300원이다. 홈플러스 화장품담당 이다혜 바이어는 “제조회사와 1년 넘게 공동 기획을 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으며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일반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최저 50%에서 최고 80%까지 저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초저가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우혜경 팀장은 “대형마트들이 가격 경쟁력에만 치중한 나머지 품질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대형마트들이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미끼상품’을 내놓는다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싸면서도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 조선닷컴 (김승범기자)